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A TWB를 운영하고 있는 김기범이라고 합니다. Q TWB의 시작이 궁금해요.A 일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전자 회사를 잘 다니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그만뒀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뭐할까 생각하다가 사업을 하자니 생각나는 게 수건밖에 없더라고요. 부모님께서 타월대리점을 하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저한테는 너무나 익숙한 분야였죠.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수건은 판촉물 개념이 컸어요. 돈 주고 사는 제품이라기보다 교회, 돌잔치, 그리고 회사 창립기념일 이럴 때 나눠주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많았어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수건이 하나의 욕실용품으로 자리 잡아서 소비자들이 직접 구입해서 사용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또 일본에 사는 한인들 사이에서는 예전 정서로 돌잔치에는 수건을 돌려야 하는 수요가 있었던 거예요. 그러면 여기서 내가 판촉물 형태의 수건을 만들어보자 했어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쓰나미 사태도 있고 환율이 미친 듯이 올라가면서 일본에서 일을 계속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서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이제 한국에서도 판촉물 개념의 타월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맞게 수건을 사서 쓰는 문화가 곧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우선 ‘내가 쓰고 싶은 타월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안양 범계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Q 일본에서의 유학 경험이 TWB 시작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A 맞아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 많이 보고 경험했던 게 지금에 와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유학 생활을 할 때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지만 정말 구경을 많이 다녔어요. 농담이 아니고 정말 하루에 열 시간씩은 걸어 다닌 것 같아요. 일본은 지하철 노선대로 따라가다 보면 가게가 쭉 있어요. 그런 작은 가게들을 하나씩 들어가 보면서 구경하는 거죠. 학생이니까 돈은 없었지만, 시간은 많았거든요, 다리도 튼튼하고 하하. 집에서 도큐핸즈*까지 가는 길에 보이는 상점들도 들어가서 구경해보고, 또 도큐핸즈에 가면 한층 씩 찬찬히 다 둘러보는 거예요. 그때 도큐핸즈 신주쿠점이 지하부터 8층까지 있었거든요. 한 사흘에 걸쳐서 봤었어요. 그때 그렇게 많은 상점을 보면서 물건들만 본 게 아니라 제품설명서 그리고 흔히 POP(Point of Purchase)이라고 하는 것들을 많이 들여다봤어요. 일본은 특히 아주 작은 부품들에 대한 내용까지도 상세하게 설명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굉장히 흥미롭게 봤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이 지금에 와서 많은 도움이 되었죠. *도큐핸즈: 일본 지역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문구, 잡화, 캐릭터상품에서부터 미술용품, 아이디어상품, 그리고 인테리어 소품까지 판매하는 종합 쇼핑센터 Q 지금의 TWB가 되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A 맞아요, 시행착오가 많았죠 (웃음). 우선 처음 시작할 때, 부모님이 굉장히 반대 하셨어요. 일본에서 번듯하게 회사 잘 다니다가 뜬금없이 그만두고 타월 장사를 한다니까 어이없어하셨죠. 그래도 제가 한번 해본다고 하고, 또 제조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그 당시 어머니께서 거래하시던 타월공장 한 군데를 소개해주셨어요. 공장이 조금 어려운 상황이었기도 했고, 어머니와의 인연이 있으니까 외상으로 처음에는 해주셨어요. 처음에 사고가 한 500번쯤 났을 거예요. 고생 많이 했죠. 하하. Q TWB (타월봄)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A 원래 사업을 일본에서 하려고 했었기 때문에 일본식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일본어로 단어 뒤에 ‘야'가 붙게 되면 가게라는 뜻이 되거든요. ‘김기범이 하는 타월 가게’라는 뜻으로 ‘타오르야보무' 라고 지었다가 이후에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일본식으로 지었던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꾸다 보니까 ‘타월가게봄'이 된 거죠. 또, 시간이 지나서 수출할 일이 생겨서 이름을 영어로 바꾸는데 타월가게봄이 영어로 하면 Towel Store Bom이 잖아요. 그런데 Store가 중간에 들어가는 게 별로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store을 지우고 Towel Bom의 이니셜만 떼어서 TWB가 됐어요. Q TWB을 시작하실 때만 해도 각 가정집에서는 새하얗게 표백된 수건에 홍보문구가 적혀진 수건들이 흔했잖아요. 새하얀 수건도 아닌 목화 본연의 색을 살린 그리고 아무것도 프린트되지 않은 무지 수건으로 처음 시작하셨는데, 주변의 반대나 우려가 적지 않았을 것 같아요.A 다들 반대 했어요. 방산시장에 수건 하시는 분들은 저를 다 이상하게 보셨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무지 수건은 모텔에서나 볼 수 있는 수건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대표 주력 상품으로 만든다고 하니까 다들 미친 짓이라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자신 있었어요. 제 눈에 ‘이거 괜찮다! 이거 좋은데?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거야’ 그런 생각이었죠. 다른 사람들이 다 한다고 해서 나까지 문구나 프린트가 올드하게 들어가 있는 수건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낯설더라도 다르게 해보자 했는데 소위 말해서 먹힌 거죠. 그러면서 기존에 수건 두께보다 조금 두꺼운 200g/220g 두께의 수건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어요. 이후에는 다들 무지 수건을 하니까 다르게 하고 싶은 생각에 스트라이프를 집어넣었어요. 단순한 디자인 같아도 수건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던 디자인이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Q 지금은 흔히 사용하는 ‘호텔 수건'이라는 키워드가 TWB에 의해 생겨난 거라고요!A 우연히 한 고객분 중에 네이버를 다니시는 분이 있었어요. 제품이 너무 좋은데 왜 광고를 안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셨다고 하시면서 연락을 주셨어요. 그때 저는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때가 아니어서 잘 몰랐었죠. 덕분에 키워드광고라는 걸 알게 돼서 어떤 키워드로 홍보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어요. 그때는 무지 수건만 제작할 때였는데, 한 고객분이 “호텔 수건 같아요"하고 후기를 남겨주신 거예요. 그때 ‘아! 호텔 수건 좋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호텔 수건이라는 키워드로 홍보도 하고 저희 제품을 설명하는 대표키워드로 사용하게 됐죠. Q 초기에 수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랄지 구매패턴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A 처음에 시작할 때도 취향에 따라 구매하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접근해서 디자인하고 브랜드를 만들어갔지만, 사실 이건 시대가 바뀌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수건이 판촉물 개념에서 하나의 리빙 패션의 아이템이 된 거예요. 나를 위한 소비가 많아지고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나에게 맞는 그리고 내 집에 어울리는 아이템 중 하나로 수건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Q 런칭 이후에 스트라이프 시리즈, 호텔 시리즈, 시티 시리즈 또 그라데이션 컬러 묶음 수건 등 여러 디자인을 선보이고 계시는데, 어디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A 많은 사람에게서 영감을 받죠. 책이나 음악, 문화에도 관심이 많고요. 아직까지도 호기심도 상상력도 많은 편인 거 같고요. 그리고 일단 저희 디자인 실장님의 덕이 크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보는 눈이 있고 저희 실장님은 만들 수 있는 손이 있어요. 그렇게 합이 좋기 때문에 좋은 작업물이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좀 멋지게 말하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노는 걸 좋아해요. 저희는 미팅할 때도 위닝일레븐 하면서 미팅하거든요. 자유로운 분위기예요. 그런데 그렇게 웃고 떠들다 보면 아이디어가 하나씩 나와요. 그게 영감이라고 하면 영감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만화도 좋아하고 만화적인 생각들도 자주 하죠. 제가 스파이더맨이 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죠. 그래도 왠지 거미가 옆에 있으면 크게 싫지만은 않아요. 혹시 얘가 물면 또 모르는 거니까 하하. 다 알고 있지만 그런 상상들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엉뚱한 생각들이 일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게 하는 것 같고 그런 엉뚱한 아이디어들도 편하게 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아요.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고요. Q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진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포인트 들이 있을까요?A 협업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뭐가 됐든 간에 작은 분야에서 뾰족하게 하면 협업은 온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수건’이라는 작은 분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재밌어야 해요.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상호 간의 존중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협업이 이루어져야 그 퀄리티도 좋아요. 비즈니스적으로 저희에게 이득이 되는 협업 제안이더라도 저희 브랜드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지 않으면, 많은 경우 협업을 진행하지 않아요. 서로서로 신뢰하고 존중할 수 있는 관계에서 비즈니스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국립중앙의료원과의 협업 케이스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국립중앙의료원의 한 분이 저희 브랜드를 애용해주셨는데, 그동안 너무 판촉물 회사에서만 진행해오다 보니 지겨우셨나 봐요. 그래서 저희 쪽이랑 같이해보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얘기를 하다 보니까 멋지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판촉물답지 않게 만족스러운 작업물을 만들어보자 해서 같이 일하게 됐었죠! 국립중앙의료원의 로고가 두 가지 컬러로 되어있어요. 그래서 이 로고의 색을 투톤으로 넣어보자 해서 시도해봤는데 기대보다도 더 예쁘게 나와서 내부에서도 인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 작업 이후로 TWB에서도 시티 시리즈 안에서의 투톤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했죠.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내부의 반응도 그렇고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은 작업이었어요. Q TWB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A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 작업할 때 항상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는데, 최근에도 작업실에서 자수를 치고 있었어요. 자수를 두두두두 치고 있는데 그때 존 레넌의 “Imagine”이 나오고 있었고 그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었어요. “Imagine”을 들으면서 음악 너머로 들리는 자수 치는 두두두두 하는 소리가 너무 기관총 소리처럼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생각하면서 “PEACE”라고 자수를 새기고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을 사용해서 투톤으로 작업했어요. 문구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평화’라는 말은 어느 순간에도 절대 틀리지 않는, 절대적인 명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이 제품으로 발생한 모든 판매금을 기부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좀 감동했었죠. 하하. Q TWB는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또, TWB 대표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시다면 이야기해주세요.A 어떤 브랜드이든 간에 20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TWB는 아직 11년 차니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거죠 하하. 브랜드는 버텨내야 하는 거로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아는 멋진 브랜드들도 버텨내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알고 있잖아요. 어떻게 기억되고 싶다기보다는 꾸준하게 TWB의 색깔을 지켜가면서 때로는 융통성 있게 때로는 고집 있게 그렇게 길게 가고 싶어요. 그리고 수건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사업은 성공과 실패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사업의 성공과 실패는 사실 어디서 끊느냐 멈추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스티브 잡스를 보면 대단히 성공한 사업가잖아요. 하지만 그가 계속 살아 있으면서 애플을 운영했다면 계속 잘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거죠. 마찬가지로 모토로라도 전성기가 있었잖아요. 그때 그만두었다면 모토로라는 성공한 브랜드로 기억에 남았겠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길게 가고 싶어요. 길게 가다 보면 내내 실패하는 것도 내내 성공하는 것도 없겠죠. 그렇게 가다 보면 TWB만의 역사가 생기겠죠(웃음)?아! 그리고 신라호텔하고 협업해 보는 게 꿈이에요. 저한테는 신라호텔이 한국에서 주는 상징성이 있다고 봐요. 예전에는 호텔에 가도 어매니티로 브랜드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 않고 샴푸나 바디워시 같은 경우도 호텔 측에서 제품을 구매해서 디스펜서에다가 넣어 제공했었잖아요. 그런데 요새는 어느 호텔은 이 브랜드의 어매니티를 쓴다더라 하는 게 생겼잖아요. 그 어메니티로 호텔의 감각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요. 그게 수건까지 오기를 기대해요. 브랜드의 가치를 증명하다 보면 수건까지도 반드시 올 거라고 믿어요. Q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요.A 예전의 저에게 물어보셨으면 ‘돈과 포르셰'라고 했을 거예요 (웃음). 그런데 지금은 ‘건강'이에요.한 4년 전에 사업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제 보험을 다 해지해서 직원들 월급을 줘야 했을 정도로요. 그래서 그때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심근경색이 왔었어요. 그 때 이후로는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전에는 친구들 만나서 노는 것도 좋아하고 하다 보니까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자주 피우고 젊음을 믿고 막 살았거든요 (웃음). 그런데 그렇게 죽음에 가까운 순간을 경험하고 나니까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외로 죽는다는 게 별거 아니구나 한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건강을 잘 챙기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야 가족하고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행복에 대한 기준도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소비적인 행복을 좇았던 것 같아요. 미래도 없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거죠. 그때는 욜로(YOLO)도 아니고 골로였어요 (웃음).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Q 나만을 위해 행하는 작은 사치가 있을까요? 흔히 말하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거요.A 인센스 스틱을 예전에는 별로 안 좋아했어요. 향냄새가 익숙하지도 않고 머리 아프고 그랬거든요. 어느 날 캠핑장에서 다른 사람이 인센스스틱을 쓰는 데 그 향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동안 안 좋게 느꼈었던 건 아무래도 막힌 곳에서 사용해서 그랬었나 봐요. 열려있는 공간에서 은은하게 나는 향을 맡으니까 너무 좋아요. ‘향을 즐긴다'는 것이 단순히 좋은 향을 맡는 것이 아니라 불을 피우고 재가 흩날리고 꺼지는 과정 그 전체로 향을 즐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요새 많이 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대표님에게 완벽한 일요일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A 캠핑장에서 인센스를 피우고, 첫째 딸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가족들과 함께 소금빵을 먹는 것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