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A 레어로우 총 책임을 맡은 양윤선이라고 합니다. Q 레어로우의 브랜드 네임이 지금은 익숙하지만 처음 들었을 때는 신선했어요.A ‘ 보기 드문'을 뜻하는 레어(rare)와 ‘날것'을 뜻하는 로우(raw)를 합쳐서 만들었어요. 흔하지 않고 또, 철제라는 그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Q 레어로우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A 원래 대학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다른 친구들보다는 조금 늦게, 29살에 졸업을 했어요. 29살이라는 나이가 생각보다 그때는 무게감 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뭘 시작하기에 난 너무 늦은 것 같고 빨리 시집가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일 욕심보다는 ‘아,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나 늙었구나' 하는 생각도 많았고 친구들은 다 취업하고 잘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이제 겨우 졸업했는데 어쩌지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많던 시절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많이 어렵고 슬픔에 빠져있을 시기에 아버지가 먼저 아버지 회사에서 월급 줄 테니 일하라고, 일하다가 시집이나 가라고 그러셨어요 하하. 아버지가 철제 가구 공장을 운영하시거든요. 그렇게 이쪽 일을 시작했는데, 아버지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혼은 못하고 일에 빠져서 일만 하는 그런 상황이에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공간디자인을 공부하기도 했고, 스스로도 디자이너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현재 총 책임을 지고 여러 일을 진행하면서 현재는 정체성의 혼란을 좀 느끼고 있어요 (웃음). Q 레어로우는 패밀리비지니스라고 볼 수 있겠네요!A 맞아요 (웃음).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저까지 3대째 철과의 인연이 이어지는 중이에요. 할아버지가 을지로에서 철물점을 운영하셨어요. 이후에 아버지가 이어서 운영하시다가 ‘작은 가게로는 승부가 안 난다!’ 하시면서 철제 집기 전문 제작회사 ‘심플라인'을 설립하셨어요. 아버지가 다음을 생각하셨듯이 저도 ‘이제는 우리만의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에 레어로우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나가는 중이에요. 패밀리 비즈니스기도 하고 또, 가구 제작 단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레어로우만의 색깔을 잘 지킬 수 있는 것 같아요. Q 철물점이 모태가 돼서 레어로우가 탄생을 했네요. 가족 비즈니스라서 어려운 점도 있을 거 같아요. A 어려운 점 너무 많았죠! 하하. 애증의 관계죠! 제가 일을 먼저 시작하고 나중에 남동생이 합류해서 얼마 안 됐을 때는 정말 정말 많이 싸웠어요. 서로 열정이 너무 넘치다 보니까 충돌이 생기더라고요. 회사일이 집에까지 이어지면서 서로 마음의 여유가 없이 계속 예민해지고 그러다 보니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좋아요! 오히려 의지도 많이 되고 힘이 돼요. 회사 규모가 커지고 책임이 커질수록 ‘ 아 정말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사람은 가족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독립해서 살고 있어요. 독립하면서 조금 일과도 분리되고 떨어져 있는 시간이 생기다 보니까 편안해진 것 같아요. 사실 독립한다 했을 때 부모님께서 말리실 줄 알았는데 흔쾌히‘그래, 나가라!’ 해주셔서 부모님도 그동안 많이 힘드셨구나 했어요 하하. Q 이야기를 나눌수록 레어로우에 대한 대표님의 애정이 남다르다고 느껴져요. 레어로우를 운영하시면서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도 있으실 것 같아요, 어떤가요?A 레어로우는 운영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점은 디자인, 제작, 판매, 배송, 그리고 CS까지 한 회사에서 모두 운영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 산업 특징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사실 이 과정 중에 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어요. 디자인도, 판매도, 또 그 이후의 고객 서비스까지 안 중요한 부분이 없어서 두루두루 신경을 많이 쓰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래도 매년 조금씩 카테고리를 달리해서 그 부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기는 해요. 만약 올해에 디자인에 좀 더 에너지를 쏟았다면, 아무래도 디자인이 아닌 다른 파트에서 부족한 점이 드러나게 되더라고요. 디자인에 신경을 쓰느라 CS 부분이 부족했다는 걸 알게 되면 또 이번에는 CS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해보자! 이런 식으로 계속 모든 부분들을 세심하게 신경 쓰고 이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레어로우 가구는 인테리어 소품이라는 느낌보다는 공간을 설계한다는 느낌이 더 강했어요. 꾸밈 보다는 설계에 가까운 느낌이랄까요?A 가구라는 게 사실 공간에 따라 구분이 되어서 정해진 느낌이 있잖아요, 오피스용 가구 거실용 가구처럼요. 그런데 저에게 철제가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건 그런 구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어느 공간에 놓여도 제 역할을 해내는 가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가구로 공간을 설계하는 느낌으로 그 포인트를 굉장히 신경 쓰면서 디자인하고 있어요.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디테일로 생활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 라는 레어로우만의 철학을 지킬 수 있는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해요. 작은 가구라도 이 가구로 인해서 생활이 나아지길, 또 그 나아진 생활을 즐기시길 바라는 거죠! Q 이번 시즌엔 레어로우에 컬러가 굉장히 팝해졌어요.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A 목재가구는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면 저한테는 철제가구가 좀 더 실용적이고 발전하는 듯한 느낌을 줘요. 그래서 그런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젊음이 아닐까.. 그래서 젊음을 표현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컬러가 팝해진 것 같아요. 또, 철제 가구는 차갑다는 편견을 바꾸고 싶기도 했고요. Q 현대나 아모레퍼시픽 같은 기업과 협업하시면서 큰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굉장할 것 같아요. A 맞아요! 이런 큰 프로젝트들은 보통 기한이 명확하고 공사 현장도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까 사실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도 이런 프로젝트에는 참여하는 인원이 많다 보니까 다양한 시각과 피드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 피드백이 또 꽤나 명확하고요. 그런 부분들이 레어로우가 브랜드로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면서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올해 레어로우의 목표가 있을까요?A 브랜드가 발전해가면서 저 또한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레어로우에게도 저에게도 한없이 불안하고 불안정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올해는 그런 시기를 좀 지나서 레어로우도 저도 좀 더 단단해져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브랜드를 운영하시다 보면 흔히 말하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A 제 주변에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도 보면 워라밸을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안 맞춰지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그 와중에도 맞추려고 노력을 참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이제는 사실 그런 스트레스로부터 좀 벗어난 시점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노트북을 켜고 또 집에 와서도 일하는 제 모습이 너무 싫었거든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받아들였어요. 워라밸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서 자유로워져서 그냥 ‘이게 내 삶이야 이게 내 삶의 모습이야’ 라고 인정하게 됐어요. 그래도 집에서 일하게 되면 빵이나 커피나 제가 최대한 나름으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꼭 옆에 둬요 (웃음). Q 평소에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A 저는 청소를 너무 좋아해요 (웃음). 청소를 할 때도 그렇지만 청소를 하고 깨끗해진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심지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요. 또,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더 청소하게 되고 또 그 시간이 너무 좋더라고요. 아니면 제가 취미로 첼로를 하고 있어서 오케스트라 활동하거나 친구들 만나거나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바라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A 저는 현재에 집중하는 삶 그리고 순간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일과 개인 삶을 분리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사실 일 생각을 안 해야지 하면서도 일 생각을 계속하게 되거든요. 그래도 최대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는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예를 들어, 친구랑 밥을 먹을 때는 정말 그 친구와 보내는 밥 먹는 시간에만 집중하는 거에요, 일 생각은 접어두고요. 사실 쉽지 않은데, 그렇게 하려고 많이 연습하고 있어요. 연습을 하다 보니까 개인 생활을 즐길 때는 일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들이 조금씩 찾아오더라고요. 또, 걱정이 없는 삶이요. 현실과 반대를 원하는 거죠 (웃음). 걱정이 없는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걱정을 좀 줄이고 걱정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