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A 저는 뉴욕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포틀랜드에서는 도그시터 또 한국에서는 막내딸로서의 삶을 살고있는 최재키라고 합니다. Q 뉴욕 소호에 위치한 유명 건축회사 Danny Forster & Architecture* 인테리어 팀에 계셨어요, 전쟁터였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A 전쟁터였죠. 원래 제 성격이 내 고집을 부린다거나 의견 차이가 생길 때 상대방과 논쟁을 벌인다거나 반대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거나 하지 않는 편이에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상대방에 맞춰주는 게 더 편한 스타일이었는데, 그런 성향이 건축계에서 일할 때는 약점이 되더라고요. 일을 하다 보니 누군가를 설득시켜야 하는 일도 많았고, 제 주장이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독해져야 했어요.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어요 (웃음). *Danny Forster & Architecture: 건축 디자이너, TV 호스트, 프로듀서, 그리고 교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의 디자이너 Danny Forster가 설립한 뉴욕 맨해튼의 위치한 건축회사로, 세계 1위 호텔 그룹인 메리어트에 속한 AC 호텔 뉴욕 노마드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Q 치열한 회사생활 끝에 퇴사를 선택하셨다고 들었어요. 퇴사를 결정하시고 회사를 나오시면서 어떤 마음이셨을지 궁금해요. 시원섭섭했을 것 같아요. A 너무 시원했어요, 너무! (웃음)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버텨 볼 걸 그랬나? 하면서도 이미 내가 이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닌 버티는 게 되어버린 이상 이미 다음 단계로 성장해야 할 때가 왔다는 걸 더 확실히 느낀 거 같아요. Q 재키 씨의 ‘다음'이 기대가 돼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A 생각해보니까 대학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 건축회사에서 일한 시간이 합쳐서 약 10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어요. 그리고 여태까지 한국에서 지낸 시간보다 외국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쉬면서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채우는 중이에요. Q 서울에 있을 때는 뉴욕이 궁금하고, 뉴욕에 있을 때는 서울이 그리울 것 같아요(웃음). 어떤가요?A 사실 저는 이번에 한국을 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딱히 그리워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잠깐씩 한국에 들렀을 때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뉴욕은 왠지 저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받아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살 곳은 여기다” 라고 생각하고 잠시라도 뉴욕과 떨어져 있으면 그리워했었어요. 한국에서는 왠지 제가 더 이방인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문화들도 많았고 사람들의 타인을 향한 시선들에 늘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한국을 오는 이유는 오직 가족들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이번에 한국을 와 있으면서 생각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내가 태어난 곳' 인 한국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내 어린 시절 사춘기를 겪은 곳이기도 하고 타인의 시선들에 나를 바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 장애물이 있다는 것도 또 내가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도 가르쳐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해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여행이 끝나면 한국을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요? (웃음) Q “뉴욕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하셨는데, 뉴욕이란 도시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는 어딘가요?A 저는 Greenwich Village요. 소중한 사람이랑 그 동네 돌아다니면서 제일 좋아하는 컵케익 사 먹고 그냥 길거리만 걸어 다녀도 좋은 동네 같아요. 뉴욕 안이지만 너무 우리가 아는 그런 대도시 같은 느낌이 아니고 좀 더 동네 같은 느낌이라 제일 좋아해요. Q 뉴욕에서 살다 온 많은 분들이 뉴욕을 ‘애증의 도시'라고들 많이 표현하시더라고요. 섹스 앤드 더 시티 나 여러 영화에서 그려지는 뉴욕의 화려한 삶과는 사실 많이 다르잖아요(웃음). A 맞아요 (웃음). 뉴욕을 너무 사랑하지만, 뉴욕에 10년정도 살면서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한다기보다는 일을 하기 위해 살아가는 형태가 저를 너무 지치게 한 것 같아요. 뉴욕이란 도시의 특성상 모든 사람이 치열하게 앞만 보고 뛰어가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느리게 뛰면 뒤처져 버리고 또 한 번 넘어지기라도 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까 봐 매사에 허덕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한국 여행을 마치면 잠깐 오레곤주의 포틀랜드에서 지내려고 해요. 다시 전쟁터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싶어질 때까지요 (웃음). Q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재키 씨의 패션이 눈에 들어와요! 본인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패션을 잘 활용하시는 것 같아요. 본인만의 패션 공식 같은 게 있을까요? (웃음)A 딱히 패션 공식이라 할 것까지는 없는데, 저녁 파티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는 동물 프린팅이 들어간 옷 입는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거기 있는 사람들 다 잡아먹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웃음) 낮에 비즈니스 미팅이 있다 하는 날에는 오버사이즈 정장스타일로 입는 거 좋아해요. 오버사이즈를 입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내가 지금 긴장을 한 상태인지 불편한 상태인지 몸으로 나타나는 신호들을 가려주는 것 같아서요. 여유로워 보이려고. 하하 Q 애정 하는 아티스트 혹은 디자이너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A 저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을 물어보는 질문이 가장 힘들더라고요. 일단 저는 누구든 한 사람, 한 아티스트를 분석하고 아 이 사람은 내 스타일이다, 좋다,생각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순간적으로 그 사람의 작업물이 저에게 주는 느낌을 가지고 좋다 싫다를 느끼거든요. 근데 누가 진짜 콕 집어서 한 명만 말해보라 한다면 Frank Ocean이라고 할 것 같아요. 저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진짜 신경 쓰고 듣는데, 이 아티스트는 아시겠지만, 가사가 너무 좋아요. 어느 기분에든 어느 상황에든, 무슨 노래 듣지 고민하다 틀면 그냥 좋아요. Q 이야기를 나눌수록 에너제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코로나 영향이 컸을 것 같아요. 코로나 인해 재키 씨 일상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A 완전 집순이가 돼버렸어요. 저는 단 한시도 집에 못 붙어있는 성격이었거든요. 2년을 재택근무하고 코로나 때문에 아무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집이 최고가 됐어요 (웃음). 또, 집에 있으면서 넷플릭스를 자주 보는데, 요즘에는 A Twenty Somethings 보고 있어요. 여러 곳에서 Austin에 모인 20대들이 숙소 생활하면서 각자 자리를 잡아가는 이야기인데, 미국 20대들답게 상상 이상으로 자유롭고 자극적인 생활을 보여줘서 너무 재밌더라고요. 제가 머릿속으로만 하는 상상 속의 자유로움을 보는 느낌이라 생각 안 하고 보기 좋아서 요즘 보고있어요. 더 재밌는 건 거기 나오는 출연진들도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주는 곳을 찾다 Austin으로 왔다고 하는 거였어요(웃음). Q 마지막으로, 재키씨의 라이프스타일을 한 단어로 정의해본다면?A 원더러스트! 여행에 대한 집착이나 일탈을 향한 갈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장소를 헤매는 것에 극단적이고 집착적 충동을 가지는 심리상태라고 하는데, 그냥 단어의 뜻이 너무 저를 설명해주는 것 같아서 항상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였어요.